있었던 이야기, 요즘 이야기.
* 우울한 이야기

아버지가 화를 냈었던 적이 있었다. 조금 된 일이라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컴퓨터만 하는 내가 보기 언짢으셨던 걸로 기억한다.

평소에도 자주 꾸지람을 받는 입장이라서 허둥지둥 시키시는 일을 했지만, 시킨 일을 하러 집으로 가려고 노트를 챙기는데 그것이 거슬리셨던 것 같았다. 아버지는 그것을 보고 더욱 화를 내셨고, 내놓으라는 말에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내민 그 노트를 땅바닥에 내리치시고는 발로 짓밟으셨다.

집에 가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평소에도 곧잘 쓰던 내 망상이야기는 제대로 쓰지 못했다.



6월 30일. 벌써 한달도 더 넘은 그 날에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간암이었다.

평소에도 술을 즐겨 드시는 당신께서는 이런 일이 있으실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저 체한 것 때문이라고만 하셨는데, 찾아간 병원에서 좀 이상하다며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권했고, 대학병원에서 듣게 된 것은 당신께서 암이라는 의사의 말이었다고 한다.

그뒤는 정신없는 생활이었다. 전혀 배울 생각이 없었던 운전을 배우고, 면허를 따고, 삼촌에게서 운전교습을 받고, 배달도 가고. 그러다 다른 차를 네번이나 들이받아서 죄다 보험처리 했다. 한번 박을때마다 50만원이 들어가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러다 아버지는 아버지 나름대로 약을 끊고 해보시겠다고, 사람들이 말리는데도 불구하고 강행하셨다. 그리고 악화된 병. 병원에선,ㄴ 색전시술로 간을 감싼 막이 풀렸다고 했다.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입원하고 그랬는데, 병은 나아지지 않았다.

아버지가 산소 호흡기를 달고 있는 모습은, 사람이 정말로 아픈 모습이라는 게 어떤 건지 깨닫게 해주었다.

가게를 봐야한다는 이유만으로, 동생만이 남아 자리를 지켰다. 어머니는 바로 집으로 들어가서 정리하신다고 하셨고, 나는 가게로 가 손님을 받아야했다. 병원에서 계단을 내려오는데 다리 힘이 풀려 쓰러지려는 걸 계단의 스테인레스 손잡이를 잡고 겨우 버텨내었다.

그리고, 다음날에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6월 30일이었다.

상중에 울었던 것은 두번 뿐이었다. 아직 아버지의 몸이 따뜻한데도 숨을 쉬지 않는 것을 깨달았을 때와 관에 계신 아버지가 무덤 속으로 들어가실때.

그리고 가게에 들어오는 주문의 양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같은 꽃집을 하는 어떤 놈팽이가 와서는 아버지의 취미였던 수석 수집을 "뭐하러 이런 쓸데없는 것을 모았는지..." 하며 눈치 보다가, 어머니의 날이 선 대답에 입을 닫고 돌아갔다. 씨발새끼.

그리고, 어느새 아버지가 안계신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그것을 깨달았던 날에 너무 서러워서 울었다.
by 라네이르 | 2008/08/11 17:09 | 잡담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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